요즘 책을 왜 읽냐고 묻는 사람이 있어요. 사실 나도 한때 그랬어요. 근데요, 가끔은 진짜... 말로 설명 못 할 어떤 구멍 같은 감정이, 책 한 페이지에서 딱 메워질 때가 있거든요. 그런 순간이 좋아서 계속 읽어요. 특히 나처럼 뭔가 막 정해진 것도 없고, 꿈은 커 보이는데 현실은 텅 빈 것 같은 그런 나이에. 그래서 오늘은 요즘 내가 진짜 좋았던, 그리고 우리 또래들이 많이 읽고 있다고 해서 흥미로웠던 책들을 조금 이야기해 보려 해요. 에세이, 실용서, 소설. 다 느낌이 달라요.
에세이에서 위로받는 순간들, 말보다 말
진심으로 말할게요. 요즘 에세이 읽으면 울컥해요. 어떤 문장은 나한테 말을 걸어요. “괜찮아?” 하고. 김이나 작사가의 『보통의 언어들』은 정말 내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. 말 하나하나가 쿡쿡 박혀요. 누가 나 대신 내 속마음을 글로 써둔 기분이 들어요. 하미나의 『어느 날, 내가 죽었습니다』는... 제목만 봐도 찌릿하지 않아요? 진짜 좀 어두운데, 그래서 더 따뜻해요. 아프지만 그래서 더 위로가 되는 그런 문장이 많아요. 에세이 읽을 때는 음악도 안 틀고, 조용한 방에서 나 혼자 읽어요. 가끔은 문장 하나 적어두려고 중간에 멈추기도 해요. 그냥 그런 순간들이 나를 좀 덜 외롭게 해주는 것 같아서. 책 속엔 누군가가 진짜 진심으로 말을 걸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. 요즘 20대들이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, 단순해요. “공감” 하나면 끝.
진짜 필요한 말들, 자기계발서인데 덜 딱딱한
솔직히 말해볼까요? 예전엔 자기계발서 싫어했어요. 뭔가 꾸준함, 노력, 성공, 이런 단어만 반복될 것 같아서. 근데 요즘 나오는 책들은 좀 달라요. 예를 들어 김미경의 『김미경의 마흔 수업』, 제목에 마흔이라 적혀있지만, 읽어보면 21살인 나한테도 와닿는 게 많아요. 나중 말고 지금,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얘기가 가득하거든요. 『죽을 용기로 살아보기』 이 책은... 와, 진짜 그냥 펑펑 울면서 읽었어요. 그 사람도 힘들었고, 나도 지금 그 한복판에 있는 것 같아서. 자기계발서라고 다 뻔하지 않아요. 오히려 요즘은 자기계발서가 제일 솔직한 책 같아요. 위로보다도 직진 같은. 내가 해야 할 일, 내가 피하고 있는 감정, 그런 걸 정면으로 바라보게 해줘요. 나 요즘 책에서 배운 말 있어요. “안 해도 되는 걸 하지 말고, 해야 하는 걸 잊지 마라.” 요즘 계속 그 말로 하루를 시작해요.
소설이 아니라 현실처럼 읽히는 이야기들
요즘 소설 읽으면 가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아요. 『82년생 김지영』, 이 책은... 읽기 전이랑 후가 달라요. 내가 여자인 걸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고, 그냥 ‘사는 게 뭐지?’라는 질문도 들었고. 그 뒤로 소설에 더 빠졌어요. 최은영 작가의 『내게 무해한 사람』은, 음... 설명이 어려워요.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, 애매함, 그런 거요. 한 문장에 마음이 덜컥하고 무너질 때가 있었어요. 김초엽 작가의 SF는 또 완전 다르게 와닿아요. 미래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지금 내 얘기 같은지. 20대는 정체성의 시기라잖아요. 맞는 것 같아요. 소설 속 인물들 보면서 “아, 나도 저럴 것 같아” “나도 저랬었어” 하는 순간들이 계속 있어요. 이게 그냥 소설이 아니라, 나의 감정과 경험을 끌어당기는 문학이라는 걸 느껴요. 그게 너무 좋아요. 감정에 확 젖어들 수 있어서.
책을 읽는 이유가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. 근데 하나는 확실해요. 내가 좋아하는 책은, 내 마음이 허기질 때 꼭 찾아가는 친구 같아요.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고, 그냥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좋은. 오늘 소개한 책들, 어쩌면 당신에게도 그런 친구가 되어줄지도 몰라요. 아니, 그랬으면 좋겠어요. 진심으로.
'책 리뷰' 카테고리의 다른 글
힘든 날들을 위로해주었던 심리학 기반 한국 자기계발서 소개 (1) | 2025.06.17 |
---|---|
직장인의 퇴근길을 위한 에세이 추천 (1) | 2025.06.16 |
성해나 작가 신작 《혼모노》 리뷰 (박정민 배우 추천작!) (1) | 2025.06.12 |
직장인 출퇴근길 베스트 도서 추천 (하루 한 장 고전 수업, 아주 작은 습관의 힘,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) (7) | 2025.06.12 |
청춘에게 필요한 문장, 하태완 작가의 신작 『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』 (0) | 2025.06.12 |